Erwin Schrodinger 에르빈 슈레딩거 파동역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그가 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있다. DNA를 비롯한 분자생물학이 시작되기도 전에 DNA의 존재 가능성과 그 형태를 정확히 예측한 그의 동물적인 감각은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질서로부터 질서 그리고 무질서로부터 질서라고 할 수 있겠다. 전자는 현대 분자생물학을 발전시켜 지금의 인간 유전자 지도의 완성에까지 이르게 된다.
질서로부터의 질서란 생물의 유전 기작을 두고 한 말이다. 인간 지놈 코드를 다 알았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을 생물학자들은 많이 한다. 즉 암호의 내용을 안 것과 그것을 어떻게 인간이 조작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슈레딩거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서 무질서로부터 질서라는 말을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분명 생물학의 dynamics는 전통적인 물리학의 dynamics와는 전혀 다른 패더다임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에 대한 해답으로 카오스 이론, 비선형 동역학, 복잡계 물리학, 비평형 통계역학과 같은 '정성적'인 접근법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새로운 접근법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는 매우 simple하나 이단적인 방법론도 보인다. 이제 과학에 인간의 마음과 의식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런 방법론들의 성공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뉴튼적인 패러다임이 몇 100년 동안 우리의 사고의 자유를 압박해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생각의 틀이 고정된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이며 그런 틀을 만드는 소위 '선구자'로 불리는 사람들의 책임감은 실로 중요한 것 같다. 본론으로 돌아와 나의 큰 두려움이라면 정말 자연이 극도의 복잡함뒤에 simple한 원리를 숨겨두었는지 하는 것이다. 우리의 simple하고 명쾌하길 바라는 자연과학의 패러다임이 옳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복잡함 자체'에서 나오는 다양성과 안정성은 그것으로 자연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단서가 곳곳에 보인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기껏 알 수 있는 것은 다음장을 절대로 넘길 수 없는 마침표를 찍은 마지막 페이지가 고작일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시나리오일 게다. 아니 인간이 끔찍하게 비참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자기기만이 불러온 최고의 희생자는 자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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